
“세금이 이렇게 오를 줄 몰랐어요. 집 한 채 갖고 있어도 부담이 만만치 않네요.”
서울 노원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박모(43) 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범한 1 주택자였던 그는 지난 10년간 집을 팔 생각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이대로 보유만 해도 손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2025년 하반기, 정부의 세금 정책이 크게 바뀌면서 국민 사이에 ‘세금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은 물론 종부세, 소득세까지 줄줄이 손질되면서 “이젠 세무사 없이 살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 부동산 세금, ‘실수요자 보호’라더니… 1주택자도 부담 커져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관련 세금 체계를 전면 재편했다. 공식적으로는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투기는 억제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실거주 1 주택자도 체감 세금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취득세율은 다주택자 중심으로 크게 인상됐고,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까다로워졌다. 보유 기간은 물론, 거주 요건까지 강화되면서 단순히 오래 가지고 있다고 해서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는 아니다.
임대소득 과세도 강화됐다. 기존에는 일정 수준 이하의 임대수익은 비과세였지만, 이제는 소액 임대도 과세 대상이 되면서 “집 한 채 가지고 월세 좀 받는 것도 조심스러운 시대”가 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내놓은 카드지만, 정작 타격을 받는 건 일반 실수요자”라며 “정책 설계가 지나치게 획일적이다”라고 지적했다.
💸 종합부동산세, 고가주택 아니라도 ‘내 몫’… 기준 바뀌며 대상자 늘어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종합부동산세 개편은 되레 ‘세금 폭탄’ 논란을 불렀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기존 60%에서 70%로 상향되면서, 공시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종부세 대상자가 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시가격 12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고강도 과세가 적용된다. 세율도 최대 6%까지 인상됐다. 문제는 이 기준이 이제 서울 및 수도권의 평범한 아파트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50대 김 모 씨는 “예전엔 종부세는 부자들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 문제”라며 “은퇴 후 살 집으로 남겨둔 아파트가 이렇게 부담이 될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장기보유, 고령자 등에 대해 일부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감면 기준이 까다롭고,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세무사를 통해 진행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세금 구조는 ‘정보 비대칭’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 소득세도 달라졌다… 직장인도, 자영업자도 꼼꼼히 따져야
이번 세금 개편은 근로소득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연말정산 공제 항목 축소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줄었고, 의료비·교육비 공제도 보다 엄격해졌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들은 한층 더 날카로워진 과세 시스템에 긴장하고 있다. 현금거래 감시 강화, 세무조사 확대 등으로 인해 ‘장부 정리’와 ‘투명한 신고’가 절실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나마 연금저축, IRP 같은 절세 수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전문가들은 “고소득자가 아니더라도, 합법적인 공제 활용만 잘해도 수십만 원의 환급이 가능하다”며 “소득이 적더라도 세금을 똑똑하게 줄일 방법은 있다”라고 말한다.
🧾 “이제는 세금도 전략이다”… 바뀐 시대, 바뀐 대응 필요
이제 세금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이슈가 아니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거나, 일정 소득을 벌고 있는 누구나 세금의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2025년 하반기 세법 개편은 그만큼 보편적인 생활비 중 하나로서의 세금을 실감케 했다.
세무사무소를 찾는 일반인의 발걸음도 많아졌다. ‘절세 컨설팅’을 받거나, ‘내 상황에 맞는 신고 방법’을 상담하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제는 합법적인 절세를 넘어서, 선제적인 세금 관리 전략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정보는 많지만, 적용은 복잡한 세금 구조 속에서 본인에게 필요한 기준과 혜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